개똥철학 락, 해커, 그리고 오타쿠 2009/08/02 22:01 by 준경군

(이 글은 5월 경에 써놓고 비공개로 숨겨놨던 글입니다. 여태 까먹고 있다가 지금에서야 발견을 했네요.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그냥 보인김에 공개합니다. 특정 사회단체나 인물을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으니 괜한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 장르는 락입니다. 그리고 컴퓨터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해커들에 대한 동경심이었습니다. 또한 이 블로그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영화, 애니에 대한 관심은 일본 오타쿠 문화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3가지(락, 해커, 오타쿠)는 개인적으로 시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새로운 자유에 대한 갈망이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그저 음악에 몸을 맡기며 즐기고 싶었던 젊은이들의 문화적 활동(락 공연)이었고, 컴퓨터와 전자기기를 이용한 지적 유흥(해킹)이었으며, 다양한 주제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탐구활동(오덕질?)이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당대에는 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냉소를 자초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나 그들의 광적인 활동은 그저 이단아들의 그것으로 비춰질 뿐이었구요.


현재, 이 시대를 움직이는 커다란 산업활동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많은 이견들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컴퓨터를 이용한 IT 산업, 그리고 음악과 영화를 중심으로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과거에 질타를 받던 무리들의 활동만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라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지켜오고자 했던 고집과 집념이 몰고온 사회적인 영향들에 대해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락(Rock)

락 문화에 대한 언급이 가장 먼저 배치된 이유는 역시나 상대적으로 가장 먼저 발생한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195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Rock`n`roll은 사전적으로도 'R&B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이후로 세계적으로 유행해진 광적인 댄스음악'이라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그 예로, 로큰롤의 황제라 알려진 엘비스 프레슬리는 이미 그 파격적인 활동 덕에 특정 방송에선 하반신이 절대 등장시키지 않는 등 초기부터 말도 많고, 논란도 많았던 장르였습니다.

이러한 선구자들의 파격적인 활동 때문이었을까, 이 피를 이어받은 수 많은 락커들은 음악에 대한 탄압에 큰 반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엄포를 놓는 사회를 향한 반감도 함께 커졌음은 물론이었겠지요. 결국, 그들은 음악을 통해 자신들을 탄압하는 사회를 직접적인 타겟으로 잡기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보다 격하고, 자극적인 요소들을 추가해나갔습니다. 즉, 반항이 시작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공격적인 활동들은 각 시대에 존재하던 표현적 제약에 대항하며 락을 비롯한 모든 음악장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타니즘'이라는 금기의 영역을 건드리면서 논란을 낳았던 마릴린 맨슨은 자신의 공연을 취소시킨 시를 대상으로 법적인 대응을 취했던 적도 있었지요. 그리고 결국 "표현 자유를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아낸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게 됩니다.



해커(Hacker)

아무리 보안에 대한 관심도가 증대된 요즘이라 할지라도 '해커'는 아직 일반인들에겐 안좋은 이미지가 더 강한,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단어입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좀 안다하는 사람들은 "그들은 크래커라고 해야해. 해커는 그런 의미가 아니야"라는 말을 시작으로 해커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주려 노력하곤 합니다. 실제 위키백과에도 이와 비슷한 서두를 포함한 글을 보실 수 있을 정도로 오해가 참 많았던 어휘이지요.

그러나 '구루(Guru) 집단'을 지칭하는 해커도 '크래커'를 의미하는 해커와 마찬가지로 외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던것 같습니다. "정보는 공유되어야 한다"는 너무 이상향을 꿈꾸는 집단으로만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리차드 스톨만, 앨런 콕스와 같은 대표적인 해커들이 보인 기인적인 외모 때문인지 '컴퓨터만 아는 사회 부적응자'의 오해도 적지 않았고, 대기업을 상대로 홀홀단신 대항하던 돈키호테의 이미지도 강했었지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오픈소스의 상업모델이 실제 성과를 거두기 전까지 이들은 그저 '머리는 좋은데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로 평가 받아왔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제 해커들은 IT 활동의 중심에서 제각각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습니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그들이 이끄는 프로젝트들이 실제 시장에서 괜찮은 성적을 내놓고 있고, 이제는 대기업들도 그토록 숨겨오던 자사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심지어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원흉이었던 크래커들도 그 능력을 발휘해 보안업계에서 커다란 일들을 해내고 있는 사례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오타쿠(オタク)

흔히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특정 분야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무리들을 지칭하는 단어이면서, 동시에 매니아의 의미도 갖고 있는 이 '오타쿠'라는 집단은 앞서 언급한 것들에 비해 역사가 짧아인지 아직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강한 것 같습니다. 특히나 확산되는 방향이 점점 더 변태적으로 진화하는 것도 사실인지라 일본의 NHN 방송에서는 아예 '오타쿠'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보출처 : 위키백과) 지금 상황에서 보자면 이 부정적인 이미지가 바뀌기는 힘들어보이는게 사실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너무 오타쿠의 단편적인 모습만을 바라본 결과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 오타쿠가 보여주는 해당 분야에 대한 박식한 지식은 영상, 기획, 시나리오는 물론이고, 언어, 역사, 패션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있는 인재들은 '가이낙스'를 포함한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모여, 시대의 아이콘들을 만들어내는 역량을 자랑하기도 했었지요.

실제 일본의 문화를 접한 몇몇 국가에선 자신들을 오타쿠라 지칭하면서 그들의 활동을 모방하는 사례도 적지 않고, 심지어는 매트릭스로 유명해진 워쇼스키 형제 또한 자신들을 오타쿠라 지칭할 정도로 상당한 수준의 파급력을 보여주는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일반인들도 알게모르게 오타쿠들이나 즐기는 것이라며 놀려대던 요소들이 섞인 것들을 보며 즐기고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인들의 변태적인 취향이라며 내리깔던 동물귀 머리띠가 이제는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되고, 어린애들이나 좋아한다며 우습게 생각하던 소녀그룹은 이제 한국 음악의 큰 축으로 발전했습니다.


아직도 만연한 이중적 잣대

마이너한 취향이 세상을 지배하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는거 잘 아실겁니다. 오히려 마이너한 취향은 음지에서 조용하게 놀아야 옳은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타인의 취향을 박대하는 것 또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는 걸 많은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종교가 단순히 믿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존중해줘야 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개인의 취향에 이런저런 토를 다는 것이 단순히 그런 취향의 사람이 적기 때문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요즘같이 창조성을 중시하는 시대에 획일성을 주장하는 자세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적어도 타인의 마이너한 취향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박대할 권한은 없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개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개를 먹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화적 차별입니다. 그것이 타인에게 악영향을 주기 전까지(혹은 줄 수 있다고 판단되기 전까지)는 그 문화에 대해 자제해줄 것을 권장하는 정도의 수준을 유지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막으려 한다면 그건 오히려 오만이겠지요.

그리고 남에게 무언가를 지적하는 입장에 있어서 한번쯤은 나 자신이 비슷한 행동은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보시길 권장하는 바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행동'이 1:1로 대응되는 것들만 의미하는건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제 자신도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ps1. 예상되는 답문. "저기 오덕후 그림 P횽아 닮은 것 같아요."
ps2. 이렇게 적고나면 예상답문이라 올린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는 경우가 대다수.
ps3. 이렇게 적고나면 예상답문 내용을 살짝 바꿔서 붙여넣는 경우가 또 많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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